정치&경제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싸늘한 민심

강개토 2008. 2. 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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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숭례문을 정부 세금 보다는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이에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후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모금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성금 복원이라는 이벤트성 행사로 상황을 호도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李 "국민성금 복원이 의미 있어" = 숭례문이 전소된 11일 화재 현장을 둘러본 이명박 당선인의 표정은 내내 침통했다. 대통령 취임을 10여일 앞두고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에 민심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임기전에 벌어진 사건인 만큼 책임소재를 가리자면 억울한 심정이지만 취임을 앞둔 '액땜'이라고 하기에는 사안의 파장이 너무 컸다. "숭례문 소실로 사회가 혼란스러운게 걱정스럽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당선인은 12일 국민모금을 통한 복원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결렬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였다.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한승수 국무총리 지명자와 청와대 수석 내정자 등 새 정부 핵심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이 당선인은 회의 서두에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말한뒤 바로 숭례문 복원 문제를 꺼냈다. 이 당선인이 이 사안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가 엿보였다.

그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주 상징적인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우리 눈 앞에서 사라져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빠른 시간안에 복원을 해서 우리 국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선인은 "숭례문 복원에 한 2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정부 예산으로 할수도 있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국민성금을 모아 복원하는게 국민들에게 위안도 되고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숭례문은 정부의 숭례문이 아니고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의 보물이었기 때문에 국민 한명한명 마음이 담긴 정성으로 복원하면서 우리 마음을 추스르고 소망을 다시 깨우자는 당선인의 제안이 바람직하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국민성금 복원 제안에 냉담한 민심 = 이 당선인의 제안은 성금모금 과정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보1호 숭례문을 허망하게 잃어버린 허전한 민심을 달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의 관련 기사에 달린 수천개의 댓글은 비판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국민성금에 앞서 이번 참화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귀중 문화재가 방화되도록 방치한 사람 따로 있고 어물쩡 국민에게 비용을 대게 하려 하다니 이 무슨 얼척 없는 짓인지"(마녀여행****)

'국민이 봉'이냐는 지적도 많았다. 모금의 의의에는 동의하지만 문화재관리와 소방방재라는 정부 시스템상의 문제를 왜 국민들이 또다시 떠맡아야 되느냐는 비판이다. "저는 세금 듬뿍 냈거든요 ,태안 기름도 닦았거든요, 이제는 제발 좀 저지른 분들이 책임집니다!!!. 증말 짜증나 열받네(루*)"

자발적이어야 할 국민성금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추진하려는데 대한 반발과 전시행정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흔쾌히 내놓는게 성금인데 왜 하라마라 하는가(푸른**)" "즉흥적 발상과 발언이문제다. 좀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 참변을 반성하라(**허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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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금 운동', 李당선인이 할 말인가?

프레시안|기사입력 2008-02-12 12:21 |최종수정2008-02-12 12:30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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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너진 자존심' 두 번 뭉개는 국가지도자

 [프레시안 임경구/기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숭례문을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5시간 만에 전소된 국보 1호의 붕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찌감치 '국민성금 운동' 제안이 나왔다. 이 당선인은 비로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걸까?
  
  복원이 급한가?
  
  방식의 문제를 떠나 순서가 잘못됐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지는 모습이 우선이다. "상당히 계획적인 것 같다"던 이 당선인의 예견(?)에 의거, 검거된 70대의 방화 용의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듯하다. 국보 1호가 저렇게 쉽게 무너지는 동안 당국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원망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없다.
  
  이런 원성을 '큰 비가 와도 나라님 탓'을 하던 봉건시대 민초들의 몽매쯤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게다가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당사자가 아닌가. 물론 문화재에 대한 개방 자체를 무턱대고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나라를 책임질 최고지도자로서 복원방법을 운운하기 전에 불문곡직하고 일말의 책임이라도 인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침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것에 대해) 그 때 내가 좀 더 철저하게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대처를) 안했을까. 그런 말씀을 하면 국민이 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본다."(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정 전 관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 당선인 등을 거론하며 "문화재에 대해 정말 우리가 너무 소홀했구나 하고 깊은 반성의 사과를 윗선부터 해야 된다"며 "이번에 보니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정말 국민 보기에도 좋지 않다. '내 책임이다'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정말 문화재를 아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 전 관장은 "이번 일은 제 책임입니다. 이렇게 사과하고 난 다음에 복원하고 중수하는 건 늦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 당선인에게서 넉넉한 품으로 국민들의 상처를 달래줄 만한 지도자 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새 정부가 파헤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로 인한 문화재 소실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닫은 이 당선인인 다음에야….
  
  태극기-청계천 세리모니, 그리고 숭례문?
  
  '국민성금 운동'이라는 방식도 이 당선인이 제안할 말은 아닌 듯싶다.
  
  관(官)의 무사안일로 소실한 문화재를 민(民)의 힘으로 복원하자는 국민들 제안에는 엄연히 '관'에 대한 불신과 경고가 내면에 담겨있다. 그런데 이 당선인은 이를 '아이디어' 쯤으로 받아들여 다시금 '관치 세리모니'로 기획하려는 듯한 뉘앙스가 다분하다.
  
  이 당선인이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성금으로 복원하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도 위안이 되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한 게 그렇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숭례문 복원 국민성금 운동이 시작된다. 방송과 신문이 모조리 동원된다. 지난 정권의 실정 속에 '국민 성공'을 약속한 새 정부의 출범과 국민들의 '무너진 자존심 세우기'가 겹친다. '숭례문 복원'이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 직접행동'의 아이콘이 된다.'
  
  금강산 댐 건설 시절에나 먹혔던 너무 촌스런 시나리오인가? 이 당선인의 과거를 보면 능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짐작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그는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 숱하게 축제를 열었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서울시청을 3600장의 태극기로 휘감은 적도 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로선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발생한 국보 1호 소실 사태가 적이 민감할 법하다. 정부 출범과 숭례문 소실 사이에 명징한 인과관계란 없지만, 유난히 '국운'을 강조해 온 이 당선인이기에 세간의 흉흉한 풍설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늘 이 당선인의 '국민 성금운동' 제안에선 국민들의 애절함을 철저하게 정치의 시각으로 희화화시키고 있는 협량의 국가지도자만 확인하게 한 것 같다.

임경구/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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