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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 - 6월 (기내-두바이-기내) : 기내식의 향연

강개토 2008. 2. 18. 10:49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는 모처럼 야간 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현재 항공편 중에서 아테네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가장 짧습니다. 그래도 체감 상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는 ㅠ.ㅠ)을 타고 두바이를 경유하여 아테네로 들어가는 경로를 택했습니다.

11시 55분 출발이라서 밤 9시 30분 쯤에 느즈막히 인천 공항에 도착했는데 check-in counter가 텅텅 비어 있어 웬일인가 싶었더니만 이미 대부분의 승객이 발권을 마치고 들어갔다고 하더군요(오버 부킹이라는... 그럼 그렇지 -_-;;;) 다행히 여행사에서 좌석 confirm을 미리 해 두어 창가와 통로로 연결된 좌석으로 티켓을 받았습니다.

발권할 때 보니 지금까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수하물의 한계 중량을 20kg으로 알고 있었는데 항공사마다 기준이 다른가 봅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7kg까지만 기내에 반입이 가능하고 최대 10kg이 넘으면 절대로 안된답니다. 저희 짐 중 하나가 12kg이라서 기념품을 담아오기 위해 가져간 가방을 이용해 나누어서 7kg 중량 제한을 넘지 않도록 해 보기로 했습니다. 짐을 나눠 더느라고 오밤중에 공항 한 귀퉁이에서 한바탕 쑈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화물 검사에서는 보니데의 화장품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올해 3월 1일부터 100ml를 초과하는 액체는 내용이 무엇이든간에 기내 반입을 할 수 없도록 항공법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누가 액체 폭탄으로 테러라도 했나 봅니다. 쩝... 면세품을 사도 봉인한 비닐백에 넣어주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개봉을 하지 못하게 하더군요. 가지고 간 대용량 자외선 차단제(200ml)때문에 결국 짐을 나눠 담은 보람도 없이 모든 가방을 부쳤습니다. -_-;;;

중요한 것은 액체의 무게가 아니라 용기의 용량입니다. 그러니 150ml병에 실제로 10ml만 들어있어도 기내 반입이 안됩니다. 참고하세요.

공항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난 후 면세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대부분의 면세점이 문을 닫지만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남자들의 공동의 적 아닙니까?)이 있고 음식점도 문을 연 곳이 몇 군데 있더군요.

보딩을 기다리면서 대기실 주변을 둘러보니 신혼부부로 추정되는 커플이 상당히 많더군요. 최근에 산토리니가 허니문 장소로 각광받는 추세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가 봅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희는 외국으로 여행을 할 때, 될 수 있으면 경험해 보지 않은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보려고 합니다. 그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여행에서는 에미레이트 항공과 '그리스의 아시아나'라고 할 수 있는 에게안 항공의 비행기를 타 보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에미레이트 항공의 기내는 평범한 모습입니다. 이슬람 항공이라서 여승무원들의 복장이 특이합니다. 히잡을 형상화한 것 같은 베일을 빨간 모자 옆으로 늘어뜨린 모습이죠. 모니터 아래에 있는 control panel을 가지고 게임, 영화, 음악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100편이 넘는 영화가 들어 있어 가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작년 터키 항공을 이용할 때에도 받았던 기내 기념품을 이번에도 받았습니다. 내용물은 역시나 똑같은 구성으로 양말, 안대, 칫솔 등이 들어있더군요.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바로 뽀송뽀송한 양말로 갈아 신었습니다.

항상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면 누구 말마따나 사육을 당하는 기분인데, 자다가 깨면 먹을 것 주고, 중간 중간에 음료수 주고, 화장실 다녀와서 자다가 보면 또 먹을 것을 주니까요. 농장에서 사육당하는 동물의 입장을 아주 잠시지만 이해하게 됩니다. 그럼 기내식 퍼레이드 들어갑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미리 작은 메뉴판을 나눠 주는 것이 특징인데 비행 중에 나올 식사의 메뉴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서울-두바이 구간의 메뉴판은 영어, 한글, 아랍어(?)로 적혀 있습니다. 아, 그리고 기내식이 나오기 전에 뜨거운 물수건을 나눠주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뭔가 우리나라스럽다고나 할까요? ^^

에미레이트 항공은 샴페인(따로 주문하면 8불)을 제외한 모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식사는 모두 할랄식(육류의 경우 이슬람식 도살법에 의해 도살된 고기만 사용하는데 인간의 음식을 위해 생명을 잃는 짐승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카로운 칼로 목을 단번에 베는 방식을 사용)입니다.

보시는 것은 '가벼운 식사'라고 되어 있는 메뉴 중 제가 선택한 '닭 불고기' 세트입니다. 왼쪽 위가 게살 칵테일입니다. 메리네이드에 담근 야채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데 신선하고 맛있습니다. 가운데가 더블 초컬릿 케이크이고 오른쪽이 생수, 오른쪽 아래가 빵인데 버터를 발라 먹으면 됩니다. 후식으로 조그마한 초컬릿을 함께 줍니다. 메인 메뉴인 닭 불고기는 한국식 불고기 소스를 발라 구운 것으로 밥(안타깝게도 안남미라서 가볍기 이를데 없습니다. ㅠ.ㅠ), 표고 버섯, 야채와 함께 줍니다. 불고기 소스를 발랐다는데 별로 한국식 같지는 않습니다. 왜 고추장을 함께 주는지 금방 이해했습니다. 어쨌거나 제 입맛에는 맞아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뭐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찾기가 더 쉽겠습니다만...

다음은 아침으로 나온 버섯 오믈렛입니다. 녹차죽(어머니께서 맛있다고 하시더군요)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역시 과일과 빵, 오렌지 쥬스, 따끈한 크로와상이 함께 나왔고 메인 메뉴인 버섯 오믈렛에는 송아지 고기 소시지와 방울 토마토(안타깝게도 익혀서 나왔습니다), 감자 크로켓이 함께 나왔습니다. 다른 것보다 오믈렛의 식감이 부드럽고 맛있어서 좋았습니다. 커피 맛도 괜찮았던 기억이 나네요.

에미레이트 항공은 기내식도 맛있는 편이고 승무원도 친절한데 기내 온도가 너무 낮아서 춥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내 담요를 덮었는데도 몸에 열이 많기로 유명한 제가 추워서 여러 번 깼을 정도니까요.

두바이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 40분 경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새벽인데도 실외 온도가 31도나 되는지라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후텁지근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이미 티켓을 받았기 때문에 transfer 통로를 통해 바로 면세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그 시점까지 게이트가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두바이에 도착하면 확정이 되어 있을 거라는 서울 사무소의 직원 말과 달리 출발하기 30분 전이 되어서야 확정이 되어서 결국 뛰다시피 허겁지겁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두바이 공항에서 게이트가 확정되지 않아 이리뛰고 저리뛰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공항이 넓지만 않아도 괜찮을텐데 문제는 두바이 공항이 엄청나게 넓다는거죠. 재수 없으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죽어라하고 뛰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건 나중에 일어난 일이고...

새벽인데도 두바이 공항 안은 전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합니다. 정말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습니다. 히잡을 써 눈만 보이는 이슬람 여인부터 스킨 헤드족까지 다양합니다.

보시는 것은 공항 내 흡연 구역인데 문도 없고, 지붕도 없습니다. 양쪽 벽에서 연기를 빨아들이는 기계가 작동할 뿐입니다. 당연히 근처만 가도 담배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냥 규정이라서 만들어 놓은 시설같은 느낌입니다. 쩝... 저같은 비흡연자에게는 못마땅한 시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한 충격을 받았던 두바이 공항의 화장실입니다. 이거 대략 난감입니다. 처음에 휴지를 발견 못해서 벽에 걸린 장비를 이용해 닦으라는 줄만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일종의 수동 비데이더군요. @.@

두바이 공항의 화장실에는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는데 화장실에서 줄을 서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인데 비해 두바이 공항에서는 남성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더군요. 상대적으로 여자 화장실은 한산... 아직도 왜 그랬는지 저로서는 이해 불가입니다.

40개가 넘는 게이트가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 중간 중간에 배치된 자동으로 움직이는 도로가 사람들의 걸음을 줄여줍니다. 오래 대기해야 하는 여행객들은 아무데나 드러누워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아랫층에는 같은 크기의 면세 구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재 시각이 4시 43분인데 전혀 그래보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었네요. 두바이 면세점에 금세공품만 있다고 듣고 갔는데 실제 가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주류, 담배, 화장품, 가전제품까지 대부분의 면세품을 모두 구입할 수 있더군요.

금세공품 코너입니다. g당 가격으로 표시되어 있어 처음에는 '와~ 엄청싸다. 면세품이라서 그런가?'라고 착각을 했습니다(바보 아냐? -_-;;;).

우연히 발견한 물담배 파이프입니다. 가격이 160 디르함인데 대충 4 디르함(실제로는 3.6 : 1)이 1불이니 40불 정도, 한화로는 36,000원 정도 되는군요. 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사오면 애물단지만 될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두바이 면세점 중에서 가장 큰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류, 담배 매장입니다. 보시는 것은 Smirnoff 보드카 매장입니다. 깔끔합니다만 바로 통과. 왜냐하면...

사실 제가 좋아라하는 술은 Absolute Vodka인데 바로 옆에 Absolute 매장이 있었거든요. 눈여겨 봐두었다가 나중에 귀국할 때,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Raspberri와 Pears를 사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가능만 했으면 아무리 무거워도 Appeach와 Vanila도 사오는 데 말이죠. 가격이 한 병에 55 DHS(한화 12,600원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흑흑~

요 녀석은 뭔가 럭셔리한 분위기가 나는군요. 가격도 무려 40불이 넘네요. 궁금하기는 했지만 가격도 너무 세고 해서 나중 기회를 엿보기로 했습니다.

앗~ 이 녀석은 우리나라 담배인 엣쎄 아닙니까? 사은품 시계를 포함해서 10불 정도 합니다.

'솔'도 당당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죽 열쇠고리 사은품을 합해 역시 10불 정도 합니다.

면세점을 둘러보며 놀고 있으니 어느새 동이 텄습니다.

이때부터 게이트가 확정될 때까지 5분 간격으로 전광판을 흘끔거리면서 눈치를 보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 경유 항공편이 폭주를 했는지 게이트들이 모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라도 두바이를 경유하는 분들은 될 수 있으면 전광판 근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래 기다리는 여행객들을 위한 라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발 받침대가 제공되는 의자에서 비교적 편하게 쉴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아 저희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만...

기다리면서 유일하게 하나 있는 던킨 도너츠(중간쯤에 있습니다)에서 아이스라떼 라지(15DHS, 정말 엄청 큽니다. 마시다가 질렸습니다), 아메리카노 라지 2잔(1잔 10DHS), 먼치킨 25pcs(15DHS)를 샀습니다. 두바이에서는 달러, 유로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거스름돈의 액수가 작으면 디르함으로 거슬러줍니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잔돈을 사용(그래봤자 유로든 달러든 동전은 받지 않습니다. ㅠ.ㅠ)하시기 바랍니다.

티켓에 적힌 보딩 시간이 지나서야 갑자기 게이트가 확정되었는데 빨간색으로 "Final Call"이 위협적으로 깜박이는 통에 겁을 집어먹고 게이트로 냅다 달렸습니다.

저희가 탄 비행기입니다. 서울-두바이가 더 장거리 비행이었는데도 두바이-아테네 구간의 비행기가 더 신형이었습니다. 모니터도 신형이고, 영화 channel도 더 많더군요.

두바이에서 아테네로 가는 동안에 brunch로 나온 기내식입니다. 메인 메뉴는 '구운 닭가슴살'이고 계절 과일과 오렌지 쥬스, 머핀, 치즈를 발라먹는 비스킷이 나왔습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것은 과일을 얹은 바닐라 크림인데 푸딩 비스무리 합니다.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문제는 기내식이 아니라 제 앞 뒤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었는데 앞에 앉은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좌석을 최대로 눕혀서 기대더군요. 그래서 기내식을 먹은 뒤(아시다시피 기내석을 먹을 때에는 tray를 내리기 위해 좌석을 원위치 해야 하지요) 또 좌석을 뒤로 젖히려고 하길래 무릎으로 버텨서 조금만 젖혀지도록 해 버렸습니다. 네... 저 성깔 더럽습니다. -_-;;;

제 뒤에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들어온 파파 할머니와 할아버지(아마 아들로 추정되는)가 앉았는데 비행 내내 불평 불만이 끊이지 않더군요. 외국인이니 모두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비행하면서 계속 옆에 앉은 아들에게 징징대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잠을 자보려고 의자를 (아주) 조금 뒤로 젖히자, 다리가 아프다는 둥(다리에 닿지도 않았는데?), 나는 환자라는 둥 하도 시끄럽게 굴길래, 그냥 무시해 버렸습니다. 네.. 저 성깔 진짜 더럽습니다. -_-;;;; 불평 불만 많은 인간치고 남 배려하는 인간이 없다는 진리를 확인했다고나 할까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30분 정도 지연한 뒤 오후 2시쯤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인데 장거리 비행으로 이미 상당한 체력을 소진했습니다.
 
* 위의 유익한정보는  월덴3님의  블러그에서 스크랩 했습니다^^
좋은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