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신문

국내유일 저질만화가 춘모의 눈물겨운 절필

강개토 2009. 3. 6. 13:37

올 겨울 살림살이가 유난히 힘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저 놈은 또 입에 담기도 그런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오늘 가난한 한 만화가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일명 '춘모'로 불리는 장춘모화백(전 꼭 그에게 화백이란 존칭을 붙입니다.

성인만화가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분명하니까요)을 만난 것은 3년 전 인터넷을 통해서였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성인커뮤니티를 서핑하다 그의 존재를 알게됐습니다.

그는 마음 아프게 스스로가 '저질작가'라고 칭합니다.

하긴 전 그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자극적인 제목장사를 위해 한국 유일의 포르노만화가라고 이름짓기도 했었습니다.

그의 정체는 예상하셨던대로 음란만화를 그리는 만화가입니다.

누구도 그리려 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그런 만화를 장춘모화백은 외롭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청탁이 없었다면 일찍이 그런 만화를 그리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에 대한 지루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음란과 예술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분류하고 한쪽은 아예 고사시키려고 합니다.

문화란 큰 그릇 안에서 인간의 모든 삶의 양식을 담는 것이 아닙니까.

저질도 음란도 심지어 포르노까지도 문화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은 그때문이 아닐까요.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의 포르노그래피 사진작가들이 미국에서 패션분야등을 점령하며 주류예술가가 됐다는 사실.

그것은 오래 전 한국에서도 이루어졌으면 했던 희망이자 꿈이었습니다.

물론 10년이 훨씬 넘게 지났지만 그것은 어림도 없는 단지 신기루일뿐입니다.

 

장춘모화백이 자신의 대표작인 '홍등'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한국의 생생한 성풍속도 입니다.

성매매 현장과 욕망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불륜.

우리사회의 성은 알고 있는 것보다 통제불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화된지 오래입니다.

이런 파격적인 성풍속은 소설, 영화, 드라마를 통해 과감하게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화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성기와 성행위 묘사가 금지된 현실이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습니다.

장춘모화백은 비록 모자이크 처리를 당할지라도 자신의 그림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한때 전 그의 만화가 일본에서 한번쯤 공개되길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여건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 점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많은 남자들은 장춘모의 저질만화를 통해 욕망의 과거를 추억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장춘모의 만화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주 한번 연재되던 장춘모의 만화가 어느 순간부터 건너뛰기 시작했습니다.

바쁜가보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지난 10월말 '모텔지배인'을 연재하고 남긴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의 괴로움이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전화한통을 받았습니다. 방송국이었는데 놀랍게도 장춘모화백을 찾았습니다.

저질, 음란, 포르노만화가를 방송국에서 찾은 것입니다.

 

물론 그의 이야기가 과연 방송으로 나갈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너무나 적나라한 숨김없는 만화가 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는 남루함이 눈에 보일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사는 만화가입니다.

오랜 만화가 문하생 생활을 거쳐 독립했지만 만화를 그리기 위해 또다른 일을 해야하는 절박한 예술인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선택한 성인만화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11월 한달동안 장춘모화백의 홍등은 연재되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먹고살 돈을 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만화를 그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부끄러움이 너무 큽니다.

한국사회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밥벌이는 할 수 있는 만화가로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 유일의 포르노만화가라고 부채질을 하지만 않았더라도 어쩌면 장춘모화백은 성인만화의 길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르노도 문화다'라고 확신하며 살아온 날들이 절망으로 가득 찹니다.

 

한국사회에서 음란만화는 설 자리가 없는 것입니까.

어른들만 보는 성인만화도 항상 구태의연한 은유와 상징으로만 대체해야 합니까.

'시마과장' 같은 만화에 얼마나 많은 섹스코드가 범벅돼 있는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장춘모화백의 성인만화에 대한 끈질긴 애정이 이렇게 수난받아야하는 현실로 이어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그의 절필이 중단되고 다시 홍등이 연재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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