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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124승 대업이룬 박찬호에 경의 표한다”

강개토 2010. 10. 4. 13:33

 

[JES 최민규] 영웅은 영웅을 인정했다.

일본인 메이저리그 최다승 투수
노모 히데오(42·은퇴)가 박찬호(37·피츠버그)에게 축하를 보냈다.
박찬호는 지난 2일 플로리다와의 원정 경기에서
5회말 구원투수로 등판, 3이닝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124승째를 올렸다.
 
노모가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2시즌 동안 올린 123승을 뛰어넘는 아시아 투수 최다 기록이다.
일간스포츠의 요청을 받은 노모 히데오는 자신의 에이전시를 통해 124승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노모는 박찬호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기록이라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경의'를 먼저 나타냈다.
그는 "박찬호 선수가 오늘도 현역으로 활약하고 계시는 것에 대해서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썼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데뷔일은 1994년 4월 8일이다.
사상 17번째 메이저리그 직행 선수라는 영광은 화려했지만
 정작 메이저리그에 대해선 당시 아무 것도 모르는 애송이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뒤 1995년 메이저리그로 왔던 노모와는 달랐다.
 
야구 후배 박찬호가 거둔 성취에 대해 노모는 진심으로 존경을 표했다.
노모는 이어
"박찬호 선수에게 124승은 아직도 통과점에 불과하다"며
"더욱 더 많은 승리를 거두실 것을 기원합니다"라고 했다.

이미 노모는 불혹을 넘겼고,
현역 생활을 접은 지 2년째다.
박찬호도 이제 30대 후반의 만년 하위 팀 구원 투수다.
그러나 박찬호가 124승까지 오기 위해 거쳤던 과정을 노모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이 그랬기 때문이다.
노모는 1995년 LA 다저스에서 신인왕을 거머쥐며 '노모마니아'라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00승 고지를 넘은 해는 데뷔 9년차던 2003년.
그러나 2004년 이후엔
부상과 구위 저하 속에 여러 구단을 오가며 9승을 더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하나라도 공을 더 던지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박찬호의 최다승 경신 행진은 사실, 미지수다.
박찬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주로 구원 투수로 뛰었다.
구원 투수는 승수를 쌓기에 불리한 포지션이다.
승리 기록 자체가 최소 5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와 무게가 다르다.
 
그러나 앞으로의 1승, 1승은
 '제2의 박찬호', '제2의 노모'를 꿈꾸는 많은 아시아계 선수들에게 새로운 목표가 된다.
박찬호 자신이 "노모의 기록을 꼭 넘어서고 싶었다"고 말해왔다.

Tip=노모 근황은?

노모는 캔자스시티에서 방출된 뒤인 2008년 7월
"프로 선수로서 팬에게 보일 만한 투구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은퇴 의사를 나타냈다.
트레이드 마크인 토네이도 투구폼도 버렸지만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었다.
그해 일본으로 귀국해 11월 오릭스 임시 코치로 사흘 동안 투수들에게 포크볼 투구법을 가르쳤다.

이듬해 3월에는 미·일 200승 투수로 일본프로야구 명구회에 가입했다.
이미 2005년 입회 자격을 얻었지만 당시에는 "아직 현역 투수"라는 이유로 입회를 미뤘다.
 
한편, 올해 2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노모는 통산 123승을 올렸고, 양대리그에서 1번씩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사적인 선수"라며 2014년부터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올렸다.

노모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히로시마의 임시 코치를 맡았다.
2003년 고향 오사카에 만든 아마추어 야구팀 '노모베이스볼클럽'의 활동도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
 노모의 지인은 "지금도 자주 외국에 나가며 바쁜 생활을 한다"고 귀띔했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