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신문

"10여년째 전통 장 수호천사 만화가"

강개토 2011. 2. 11. 21:32

양양 최종대씨의 '장 사랑' 10년째 오색 전통 장 맥 이어
농수산장관상 등 수상 잇따라

 

 

최종대(48)씨는 만화가였다.

지금은 그림 그리던 손으로 전통 장을 만든다.

기후변화로 전통 장의 맥이 끊어질 위기가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균(種菌)을 지켜야 한다." 최씨가 10여년째 장을 만드는 이유다.

그런 정성 덕분에 최씨는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포함해서 적지 않은 상을 받았다.

"종균을 지켜야 한다"

양양군 한계령 기슭.

한파에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속에서

개량 한복을 입고 모자를 쓴 최씨가 장독에서 된장 떠 맛을 보고 있었다.

통상 갈색의 된장과는 달리 검은 빛깔로 3년 숙성된 장이다.

마당에는 장이 담긴 100여개의 장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처마 밑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달렸다.

 
전통 장에 푹 빠진 최종대씨가
아내 박소연씨와 장독의 장을 살펴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김지환 객원기자 nrd1944@chosun.com

 

최씨는 한계령 산골마을에서 오색전통 장을 만들고 있다.

원래 장모가 하던 일이었지만

1999년 장인·장모를 모시겠다며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왔다가 전통 장과의 인연을 맺었다.

최씨의 장은 전통 방식 그대로다.

한계령의 맑은 공기와 화전민들이 사용하던 우물물을 사용한다.

바닷 바람을 맞고 자란 양양산 콩을 쓰고 고추는 청송산이다.

메주는 무쇠 솥에서 참나무와 소나무 장작으로 만들고 자연 건조한다.

앞마당에 놓인 장독에서 3년 숙성시킨 장은 직접 만든 비밀 창고인 토굴에서 장기 보관한다.

3년이 지나면 장이 마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항상 10~12도의 온도와 습기도 차단되는 토굴을 저장고로 선택했다.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최씨는 청국장과 송이 장도 개발했다.

2000년부터 장모를 도와 본격적인 장 만들기에 도전한 최씨는

모 대학교수가 냄새 없는 청국장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쫓아가 귀동냥을 했다.

그러나 대학 연구실처럼 하려면 많은 투자비가 필요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콩을 띄울 때 잡균이 들어가면 역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배운 최씨는

혼자서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구수한 청국장 향만 나게 하는 온도와 습도를 찾아냈다.

온도 37~40도, 습도 60~80%가 그가 찾은 답이다.

여기에 콩을 얇게 깔아서 40시간을 띄워야 건포도와 같은 전통 청국장이 된다는 비결도 찾았다.

6년의 고생 끝에 냄새 없는 청국장 개발에 성공한 최씨는

2007년 이 모든 조건을 과학적으로 맞출 수 있는 황토 발효실도 지었다.

최씨의 또 다른 작품은 송이 장이다.

송이를 활용해 고추장·된장·간장·막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생송이를 장에 담가 봤지만, 송이의 수분 때문에 모두 상해 버렸다.

찢어서도 써 보고 다져서 넣어도 보던 최씨는

송이 자체를 꿀 등으로 발효시킨 뒤 아주 되게 만든 장에 버무리는 방법으로

송이 향 그득한 장을 개발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농촌진흥청 전통 장 품평회 최우수상,

강원 으뜸 전통식품 베스트 상품 콘테스트 대상,

아름다운 우리 농특산물 아이디어 상품 공모전 우수상을 비롯해

작년 말에는 품질관리 공로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전통 장은 개발했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처음에는 서울지역의 식당을 공략해 소문이 퍼지면서 판로를 확보해 나갔다.

 지금은 전량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택배로 직거래한다.

최씨는

"기후변화로 이미 남쪽에서는 장이 발효가 잘 안 되고

된장은 발효 식품이 아닌 염장 식품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일정 온도와 습도 유지가 가능한 토굴을 만든 것도

10년, 20년 뒤 언젠가는 장이 발효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종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장을 먹어야 한다

전통 장에 푹 빠진 최씨의 원래 직업은 만화가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최씨는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했고 대학은 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던 때에

신문에 난 애니메이션 광고를 보고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화를 선택했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온 최씨는 1년만 만화를 배우기로 했지만 내리 3년을 휴학하고 만화에 빠졌다.

결국 대학은 졸업하지 못했고 그 길로 16년 동안 만화가의 길을 걸었다.

장 만들기에 바빠 만화에 손을 놓았던 최씨는 최근 들어 다시 만화를 그리고 있다.

5년 뒤에는 구성이 탄탄한 대작을 준비하고 있고 소작도 발표할 계획이다.

최씨는 "만화에는 그 시대의 해학과 풍자가 있다"며

"장 사업이 어느 정도 안착이 되면 길이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올해부터 장 만들기 체험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옛날처럼 발효 식품인 장을 만들어 먹어야 하기에 보급도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