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아 신차 ‘레이’

강개토 2011. 11. 30. 21:46

[한겨레]

국내 첫 박스카 모델 레이 발표
자전거도 들어가는 넓은 뒷좌석 공간이 장점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등 안정성도 대폭 개선
큐브보단 싸지만 모닝·스파크보다 비싼 게 흠


 

 


국내 완성차로는 첫 박스카 모델인 '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스카는 일본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모양의 차종이지만,

국내는 물론 유럽이나 북미 시장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모델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국내 출시된

일본 닛산의 '큐브'가 수입차로선 이례적으로 월 400대 이상 팔려나가며

시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되기도 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29일 제주도 해비치호텔에서 '레이'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들여다본 레이는

오랜 개발 기간만큼이나 내·외관 디자인은 물론

실내 공간 활용성과 기본 구동장치까지 꽤나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통상 신차 개발 기간은 22~28개월로 잡는데,

레이는 최초 디자인 구상부터 최종 양산까지 무려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정연국 부사장 등 기아차 경영진과 개발진은

레이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공간 활용성에 힘을 줬다.

큐브와 같은 박스카 모델을 비롯해

잠재적 경쟁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아차 모닝이나,

쉐보레(한국지엠)

스파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춘관 기아차 국내마케팅팀 이사는

"기존 경차에선 기대할 수 없는 놀라운 공간 활용성을 갖췄다"

고 말했다.

실제 레이를 들여다보면,

공간 활용성만큼은 인정해줄 만했다.

2열(뒷좌석)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도 접이식 자전거 두 대를 넣을 수 있고,

유모차를 접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2열을

'폴더폰'처럼 완전히 접으면

라면박스 24개까지 넣을 수 있고,

일반 자전거도 무리 없이 적재할 수 있다.

이밖에도

2열에서 앉을 때

발이 닿는 바닥 밑에 신발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운전석과 조수석 머리 상단에 별도의 수납공간을 둔 것도 인상적이다.

경차로는 처음으로 도입한

2열 슬라이딩 도어와 조수석 차문이 90도까지 열리는 것도

레이의 남다른 점으로 꼽힐 만했다.

경차의 부정적 이미지 중 하나인 안정감 문제도 상당부분 개선된 느낌이다.

경차에선 보기 힘든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와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이 도입됐고,

고속 코너링 때 흔들리는 차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안정적인 스티어링 작동을 보조해주는

브이에스엠(VSM)이 채택돼 경차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준다.

에어백도 6개나 장착됐다.

가솔린 모델의 판매가는

1240만~1495만원,

엘피지(LPG)와 가솔린을 함께 쓰는

바이퓨얼 모델은 1370만~1625만원으로 책정됐다.

 

큐브보다는 800만원 이상 싸지만,

모닝이나 스파크 같은 경차 모델에 비해서는 100만~300만원 정도 비싸다.

6에어백과 전좌석 열선,

스티어링 열선 등 온갖 고급 사양을 몰아넣은 탓에

가격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지갑이 얇은 소비자들로선 불만이지만,

큐브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든 소비자에겐 구미가 당길 만하다.

정연국 부사장은 '가격이 다소 비싸지 않나'란 지적에 "마진이 거의 없다.

사전 시장조사 결과 충분히 가격 수용력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레이로 제주도 외곽 도로를 1시간가량 돌아봤다.

 

가속 페달 반응 속도나 브레이크 제동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오르막길에서는 힘이 달렸고, 평지에서도 시속 140㎞를 넘지 못했다.

 

속도가 시속 100㎞를 넘어갈 땐 가속 소음도 적지 않았다.

1ℓ 엔진에, 78마력에 불과한 경차의 한계로 볼 수 있다.

브이에스엠 등 고급 기술이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코너링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세단을 주로 몰아본 소비자라면

레이에서 그만큼의 주행 안정감을 느끼긴 힘들 듯싶다.

다만 고속 주행이 거의 불필요한 도심이나 근거리 주행에서는 이런 단점이 별로 드러나지 않을 듯하다.

연비는 17.0㎞/ℓ(가솔린 모델 기준)이다.

정연국 부사장은

"유아를 둔 가정이나

레저를 즐기는 전문직 종사자,

큰 화분을 옮겨야 하는

플로리스트에겐 레이가 안성맞춤"

이라며

"매월 5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고 말했다.

 

기아차 모닝은

월 1만대, 큐브는 월 400대 정도 팔려나가고 있다.

기아차가 레이에 걸고 있는 기대가 자못 크다는 뜻이다.

서귀포/김경락 기자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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