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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광고에 등장한 까만리본과 하얀국화

강개토 2009. 5. 27. 11:48

신문광고에 등장한 까만리본과 하얀국화
경향, 한겨레, 그리고 동아일보에서 발견한 추모광고
2009년 05월 26일 (화) 16:33:44 김형진 객원기자 icdolval@gmail.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주말을 강타한 이후 바삐 일요일 특별판을 제작했던 신문들은 월요일 제 모습을 찾았다. 지면 속 글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추모와 애도의 엄숙함으로 전하는 사이로, 광고가 눈길을 끈다. 지난 촛불 때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통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고자 했던 자발적 유료 광고가 또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5월 25일자 11면 전면광고  
촛불 이후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광고란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당시 뚝심있고, 진실된 언론을 지키자는 네티즌들의 ‘자발적 유료 광고’ 운동은 이후 신문 광고가 비단 무언가를 선전하고 홍보하기 위한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당위를 훌쩍 넘어선 사회적 행위였다. 이후 한겨레 생활광고란은 연예인들의 생일을 축하하거나, 데뷔 몇 주년을 기뻐하는 등 팬덤 문화를 상징하는 장으로 변모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의견광고’ 혹은 ‘생활광고’란은 신문이 일방적으로 독자들을 향해 정보를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의견과 생각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신문’을 활용하고 나선 표현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누적된 행위의 당연한 결과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광고가 25일 경향신문 1면, 2면, 11면 그리고 한겨레 4면과 6면을 장식하였다. 26일에는 경향신문 2면, 6면에 한겨레는 2면에서 추모광고를 찾을 수 있다.

25일자 경향신문 1면 하단 광고는 개성고 총동창회·재단법인 백양장학회의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광고가 장식했고, 2면에서는 “근조,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 아래 12명의 네티즌들의 추모글이 담긴 광고가 실렸다. 11면은 생전 밀짚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당신은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전면광고였다. 광고에는 “이 광고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26일자는 2면에 전대협 동우회의 근조광고가 하단에 게재되었으며, 6면에는 네티즌들의 추모 광고가 실렸다.

   
  ▲ 경향신문에 실린 추모 광고(위부터 5월25일 1면 하단-2면 하단-5월26일 2면 하단-6면 하단)  
 
한겨레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5일자 한겨레 4면에는 “그와 함께였을 때 우리는 민주주의를 느꼈습니다. 가장 인간적이었던 가장 양심적이었던 그런 대통령을 우리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바보 노무현”이라는 문구만 새겨진 하단 광고가 실렸고, 6면에는 “근조,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타이틀 아래 시민들의 의견 광고가 게재되었다. 26일자 2면에는 “근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라는 하단 광고에 시민들의 의견 광고가 실렸으며, 이 광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관련 추모광고를 받습니다”라는 한겨레 광고국의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 한겨레에 실린 추모광고(위부터 5월25일 4면 하단-6면 하단-5월26일 2면 하단)  
 
이런 가운데 26일자 동아일보 A12면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광고가 게재되어 눈길을 끌었다. “왜 동아일보야?” 편 나눠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견 광고는 한겨레, 경향신문만의 것으로 묶어 놓을 생각은 없지만, 보수언론으로 지칭되는 동아일보에,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렇게 각을 세웠던 동아일보였기에 남다른 점은 분명하다. 하여간 ‘다나에너지’라는 업체에서 올린 광고는 회사 소개와 더불어 검은 띠와 국화 리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 동아일보 5월 26일자 A12면에 실린 광고  
‘다나에너지’ 관계자는 간단 명쾌하였다.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다.” 그런데 동아일보인 이유는? “아시다시피 동아, 중앙, 조선의 광고단가는 비싸다. 매일같이 할 수는 없다. 다만 당일 광고를 동아일보에서 페이지를 지정해주었을 뿐이다.” 정직한 대답이다.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애도와 슬픔을 표하면서 동시에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것. 그리고 우연찮게 광고 타이밍이 동아일보였다는 것. 여하튼 동아일보에 실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리본이 달린 광고는 배신하지 않는 슬픔이라는 측면에서, 계산된 제스처가 아닌 ‘거짓 애도’가 아닌 예우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슬픔의 시간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행렬에 신문광고도 한 몫 차지한 상황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광고국 모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추모 광고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고 있다. 내일자 신문을 눈으로 확인해보면 될 터이지만, 경향신문 광고국 관계자는 “영결식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였다.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오늘부터 더 많이 늘고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문 유료 광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열기와 함께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