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풀

공옥진 “죽지 않으면 또 오겠습니다”

강개토 2010. 6. 28. 10:52

 

5년 만에 무대 선 공옥진 살풀이춤 공연


"교통사고와 풍(중풍·뇌졸중)을 맞고도,
여러분을 오늘 만나려고 모진 목숨이 죽지 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1인 창무극'의 명인 공옥진씨(79)가 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한국의 명인명무전' 21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올랐다.
그가 무대에 오른 것은 2005년 광주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공씨는 독특한 1인 창무극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교통사고와 뇌졸중 등으로 병마에 시달려오다 최근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경향신문 6월23일자 24면 보도).

 

 

 
공씨는 이날 공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 부축을 받고 등장했다.
춤사위는 관객들에 대한 큰절에 이어 시작됐다.
살풀이춤으로 슬픔을 표현하더니, 이내 부채를 들어 펼쳤다.
얼굴 표정이 익살스럽게 바뀌었다.
허리춤을 복조리가 달린 끈으로 동여매 올린 뒤 발걸음을 뒤뚱뒤뚱 옮기는 특유의 해학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흥겨운 1인 창무극 한 판이 벌어졌다.
심청가의 한 대목 중 심봉사가 뺑덕어멈을 떠나보내고 하소연하는 장면을 연기한 공씨는
육두문자가 섞인 욕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15분가량의 공연을 마친 그는 "죽지 않으면 또 오겠다"며 다시 큰절을 하고 무대를 떠났다.

이날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공씨는 무형문화재 지정에 대해 "맺히고 맺힌 한을 풀었다.
이젠 죽어도 원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춤으로는 살풀이를 꼽으며
"상대방의 아픔을 뽑아서 전해주는 춤이어서 좋아한다"고 했다.

< 박주연 기자 >